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에서 경제인류학 공개 콜로키움을 엽니다. 콜로키움은 매주 수요일 오후 4시 연세대학교 연희관 404호에서 진행됩니다. 같은 시간 서울시대안교육센터(하자센터 3층)에서도 원격강의로 콜로키움에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강의실 좌석 사정으로 많은 분들과 자리를 나누지 못하는 것이 아쉬워 필통을 통해 콜로키움 동영상 및 자료들을 공개합니다. 관심있는 분들은 이곳을 통해 이야기를 나눠주세요.
왜, 지금 이런 콜로키움을?
청년들의 먹고 살 것에 대한 공포감이 나날이 높아가고 있다. 12년 동안 대학입시 공부만 했고, 대학에 입학한 후에도 입시 준비와 다를 바 없이 바로 취업을 위한 초치기 ‘스펙’ 만들기에 들어간다. 이 둘은 짜인 틀에서 주어진 것을 잘 해내는 능력이다. 하지만 이 능력만으로는 창의성을 요구하는 변화무쌍한 상황을 살아내기 어렵다. 사실상 다수의 사람들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과 더불어 ‘탈락과 배제’의 공포에 시달려 왔다. 반면 ‘성공’한 사람들은 돈을 꽤 벌긴 하지만 늘 2%가 부족하다는 느낌, 그리고 속도의 덫에 걸려 힘들어 한다. 대학생들은 신자유주의적 롤러코스터를 탄‘성공한 선배들’을 보면서 이렇게 묻는다.
“죽도록 일하지 않고도 먹고 살 수 있나?” “착한 일하면서도 돈 벌 수 있을까?” “서로 존중하면서 살 수는 없을까?”
다행히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고도 금융 자본주의가 인류 전체를 경제 공황 속으로 밀어 넣고 있다는 인식이 대중화 되면서 근본적 방향전환을 시도하는 움직임들이 세계 정상 지도자들 사이에서, 또 일반 세계 주민들 사이에서 광범위하게 일고 있다. 특히 2008년 세계 경제위기는 월가와 런던의 탐욕과 무모함이 자초한 재난이었고, 이는 금융위기 이전에 도덕위기이며 ‘시장의 엘리트’들에게 사회전체를 맡겼기 때문에 생긴 재앙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다행한 일이다. 이제 ‘돈의 흐름’을 돈과 수의 게임에 맡기지 않고 사회화하는 것이 매우 시급하다는 것, 사람의 흐름을 읽을 줄 아는 이들이 사회를 이끌어가야 한다는 것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사회’가 고려된 경제학, ‘치안과 통치’를 넘어선 정치학, ‘호혜’와 선물의 사회학이 나와야 할 때이며, 인류가 처한 위기를 극복해갈 ‘인류학적 상상력’이 절실하게 필요한 때이다. 새로운 상상력으로 사회에 이로운 일을 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성과주의’를 넘어서 사람의 흐름으로서의 경제학, 그리고 ‘호혜의 시공간’으로서의 ‘사회’ collective conscience를 되살려내고 확대해가야 하는 것이다.
이번 콜로키움은 경제와 사회, 문화의 관계를 새롭게 풀어내기 위한 ‘만남’의 자리이다. 자본주의라는 ‘별난 발명품’이 만들어지고 변형되어가는 과정, 그리고 자본주의 이전의 인류사회들의 다양한 ‘살림살이’를 살펴보면서 3, 4세기도 채 되지 않은 자본주의 시장경제 원리가 인류사회의 선험적 원리처럼 인지되면서 생기게 된 엄청난 재앙에 대해 논의하게 될 것이다. 현재 상황을 해결해내기 위해 고심하는 분들을 초대해서 그들이 던지는 화두와 적절한 질문의 방식을 들어보고, 같은 생각을 다르게 말해보기도 하고, 다른 생각을 상호 연결하고, 또 가지를 치면서 이 시대를 만들어갈 담론을 만들어내려 한다. 이를 위해 경제인류학의 핵심 개념인 호혜reciprocity, 선물 경제Gift Economy, (사회에) 착근되지 않은 자유주의Disembeded Liberalism, 사회경제Social Economy, 사회적 기업social enterprise, Green New Deal, 제4섹터, '우정과 환대의 공간' 등의 개념으로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를 분석하고 그 시대를 넘어서는 방안과 구체적 실천 사례들을 살펴볼 것이다.
이 수업의 지적 논의는 취업 준비 학원으로 전락한 대학 교육에 대한 반성의 작업이자, 사유의 깊이를 되찾으려는 인문학적 노력이며, 깊이 있는 사유로 현실에 개입하려는 실천적 의지이다. 이 수업에서의 만남은 지식생산의 시공간을 사회적 기업화하는 성과물을 낼 수도 있을 것이고, ‘삶’자체를 새롭게 만들어내는 전환의 길목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수업은 결론을 예측할 수 없는 실험이다. 참여자 모두가 함께 만들어 가야 하는…….
○ 시간 : 2009년 봄 학기, 오후 4시~6시 ○ 장소 : 연세대학교 연희관 404호 원격강의실
3월 4일 1. 왜 지금 이런 콜로키움? 수업을 열며 - 우석훈 + 조한혜정
1부: 개념과 사유
3월 11일 2. 세계 경제, 이 전환점에서 : 경제와 사회의 이분법을 넘어 “성과의 시대에서, 호혜성의 시대로 "마르크스 30년, 케인즈 30년, 하이에크 30년 그리고 이제 폴라니 30년의 시대가 온다.” - 우석훈(연세대, 경제학, [88만원세대] [괴물의 탄생] 저자)
3월 18일 3. 왜 인간의 본성을 이야기 하는가? : 이타성과 이기성 사이 - 최재천(이화여대 자연과학대학 자연과학부 석좌교수)
3월 25일 4. 마르셀 모스 다시 읽기, 선물 경제 : 경제와 사회, 분리 가능한 영역일까? - 김성례 (서강대, 문화인류학, 종교학)
4월 1일 5. 사회 속의 경제, 경제 속의 사회 : 칼 폴라니의 ‘사람의 살림살이’ - 박찬웅 (연세대, 사회학)
4월 10일 6. 경제 발전과 민족성, 그리고 문화 : “게으른 일본인과 도둑질 잘하는 독일인” - 장하준 (캠브리지대 경제학, 『나쁜사마리아인』저자) - 이 주에는 4월 10일 금요일 6-8시에 진행합니다. 장소는 추후 공지합니다.
4월 15일 7. ‘미개 사회’의 섬세한 교환체계 : 트로브리안드 섬의 쿨라링 - 오명석 (서울대, 경제인류학)
2부 사회적 변혁
4월 29일 8. 왜 1920년대 유럽인가? : 돈(부)의 흐름이 주도하기 시작한 상황의 사회학, 베버와 짐멜 다시 읽기 - 권헌익 (에딘버러대, 돈의 인류학)
5월 6일 9. 경쟁은 어떻게 내면화 되는가? : 우정과 환대의 마을 만들기 “사다리 질서에서 원탁형 질서로,” 이반 일리치의 ‘우정과 환대’ - 강수돌 (고려대, 노동경제학)
5월 13일 10. 노바디nobody/ 섬바디somebody 배제의 원리: 무시와 모욕의 공간을 넘어서는 인정/존중/소통 사회 - 김현경 (연세대, 상징인류학)
3부 사회적 실천
5월 20일 11. 베푼다는 것 : 기업 후원, Philanthropy. 기부 문화 그 이후 - 이계안 (민주당 전의원)
5월 27일 12. 내가 찾은 방향 : ‘사회’가 살아 있는 기업 - 유병선 (경향신문 논설위원, [보노보 혁명] 저자)
6월 3일 13. 내가 만들려는 제4섹터, 사회적 기업 공모전 - 하자센터 창의 서밋 참가
6월 10일 14. 종강파티 겸 사회적 기업 사례: 사회적 기업 오가니제이션의 요리와 파티
경제인류학 공개 콜로키움 (클럽 바로가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