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1월 13일 화요일

[Analog] 아날로그와 아날로그하다.

이미 Season1.에서 다루었던 내용이었다.

이 글을 시작함에 있어서 당신이 갖고 있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개념은 잊어주길 바란다.
지금부터 쓰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은 고유명사로서 새로운 개념을 찾아보는 작업을 한다.

아날로그 라는 것은 원래 디지털 신호 방식에 비해 주파수를 이용한 방식이며,
사람들의 많은 글이나,"나는 아날로그가 좋아"라는 표현의 글들에서 사용하는 "아날로그"
디지털에 대비되는 아날로그의 의미는 아닌 것이다.

예를 들어 DSLR의 사용자와 SLR의 사용자들 사이에서 SLR사용자들이
"
나는 아날로그가 좋아, 수동카메라와 필름이 있는 SLR이 좋아. 이런 것들이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어. 난 아날로그가 좋아"라고 얘기할 때의 아날로그는 앞에서 얘기하는 주파수 전달방식의 아날로그 개념을 벗어난다.

앞으로 우리가 하는 활동 혹은 개념들은 다른 방식으로 풀어 내야 하는데,
그것은 공학에서 쓰이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개념과 혼용되어 사용되기 시작하면
무엇을 의미하는지가 혼동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아날로그를 하다." "아날로그 하다." "아날로그를 생각하다"
이런 방식의 동사화된 표현이 조금 더 나을 듯 하다. 그리고 지금부터 쓰는 아날로그는
위의 예와 같은 동사화 표현을 통해 생성되는 다른 의미를 전달하고자 만든 임의적인
의미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 말이 왜 시작됐는지도 자연스레
알 수 있다. 이어령 선생님도 자신의 저서 [디지로그]에서 디지로그란 말은 디지털 문화코드,
아날로그 문화코드라는 용어를 쓰셨음. 그는 지금 추구해야 할 방향을 아날로그 문화코드를 융합한
디지털 문화방향을 이야기한 것에 반해, 우리는 아날로그 문화코드 자체의 의미를 더욱 중요시 한다.

기본적으로 아날로그에 대한 생각에 대한 적용은 교육과 대학사회, 그리고 국가정책, 인문학, 인터넷, 경영학적 재구성 등 다양한 분야에 가능하다고 본다. 두 번째 날 논의했듯 대상을 넓게 잡고 가기 보다는 인문학분야에 한정해서, 우리가 찾을 수 있는 좋은 개념들을 찾아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내가 생각한 개념을 쉽게 설명해보자.
우리가 했던 "핸드폰 사용하지 않기"라는 행동은 사실 디지털 디바이스 발전에 있어서,
여러 단계의 목적과 결과들을 한꺼번에 거슬러 올라간 행동이었다.

즉 원래 개발자들의 로직은 항상 이런 방식이다. 목적이 결과를 낳고
새로운 목적을 위해 또 다른 결과물을 만드는 방식의 연속이다. 이 과정은 훨씬 길고
복잡하게 설명할 수 있다.(이 방식에 대해서는 다시 설명하겠음)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개발자 로직


  예전에는 이런 거슬러서 역으로 올라가는것이, 한 단계 정도의 거스름, 역 발상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한번 디지털 디바이스들을 정리해서 놓았더니, 핸드폰을 갑자기 안 쓰는 것은, 여러 단계를 거슬러 올라간다는 생각이 든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날로그 로직

목적1 : 원거리에 있는 사람과 의사전달을 하기 위해
결과1 : 편지라는 인력을 사용한 의사전달, 혹은 비둘기를 통한 전달

목적2 : 사람이 움직이지 않고도 의사전달하기 위해
결과2 : 전화기란 것이 발명 -> 전화망의 발달(연결지향, 유선망 발달)

목적3 : 전화기가 연결되어 있지 않고도 의사전달 하기 위해
결과3 : 워키토키, 삐삐가 생겨남 ->무선망을 활용하기 시작

목적4 : 무선망 상태로, 전화 같은 역할을 할 수 있길 바람.
결과4 : 핸드폰 기술의 발달, 실제 목소리로 무선상태에서 전화가 가능

목적 5 : 이미 칼라에 익숙해진 사용자들은 휴대폰 인터페이스 상에서도 원색 배경을 원함
결과 5 : 흑백 -> 칼라 화면으로 대체됨

목적 6 : 인터넷 접속을 전화를 통해 하고 싶음
결과 6 : 변형된 형태의 웹 형태로 인터넷에 접속함-> 부가 서비스 확대

 
핸드폰은 이런 방식의 개발 로직을 통해, 엠피3도 넣었고, 사진기도 넣었고, 티비 수신장치도 넣었고, 이제 곧 노트북에서 접속할 수 있는 똑같은 인터넷 접속기능까지 부과할 예정이다.(애플폰) 내가 애플 폰을 주목하는 이유는, 여태까지는 새로운 서비스를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었는데, 지금부터 인터넷과 똑같은 플랫폼을 제공하는 핸드폰은 사실 휴대폰 사업자에게 비용을 부과할 가치를 느끼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만일 애플 폰으로 엠에센이 가능하다면, 아마도, 그건 전화기로 엠에센 무선 음성 채팅이 가능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전화걸지 않았도, 바로 접속해서 이멜 보내 놓고, 몇 시에 엠에센에서 대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매우 여러 단계로 되어 있는 단계를 의도적으로 되돌아 갔던 것이고, 여러 목적과 결과가 엉켜 있는 로직을 그냥 훌쩍 넘어 뒤로 돌아갔던 것 같다. 그랬기에, MP3가 없는 핸드폰을 쓰거나, DMB가 안 되는 폰을 쓰거나, 흑백의 폰을 쓴다 한 들, 구체적이고, 커다란 차이를 느낄 수 없었던 것에 반해, 여러 단계를 되돌아가면서, 전화나 편지를 하게 된 가장 원초적 목적으로
돌아가게 된 듯하다.

 
우리는 원초적 목적자체의 창구를 한동안 차단하거나, 결과 2~3의 낮은 단계의 유선전화를 사용 함으로서, 좀더 원초적 목적에 다가갔던 거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원초적인 목적으로 돌아가는 것이 시간이 조금 들었던 것이지만, 우리는 연락을 하면서 동시에 그 사람과 의사소통하고 싶다는 낮은 단계의 목적을 의식한다. 평상시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면서 이것 저것을 하게 되면, 사실 핸드폰의 실제 목적보다는 목적 10단계 혹은 목적11단계가 더욱 의식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여기서 여러 단계를 뒤로 돌아가면서 우리가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새로운 기기를 개발할 때, 사람들은, 혁신 혹은 컨버젼스라는 개념을 가져다 쓰지만 단계가 높아질수록 단순한 결합, 단순한 중복사용의 의미밖에 찾을 수 없음을 이해할 수 있다. 많은 시간과 많은 개발 비용을 쏟지만, 향상되는 목적 자체는 큰 차이가 없다. 실제로 삐삐에서 핸드폰이 상용화 되었을 당시 사용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던 것과는 다르게, DMB서비스나 Show같은 서비스가 그렇게 빨리 사용자가 늘어나지 않았던 점은 이 사실을 대변한다고 생각한다. 즉 사람들은 실제로 필요성을 못느끼는데, 마케팅 혹은 시장 논리로 계속 사업들을 드리대고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강요하는 마케팅이 너무나 익숙한 한국시장이다.

이에 비해 애플폰은 높은 단계의 목적임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을 전화와 함께 누릴 수 있다는 점은 목적의 격차가 컸기 때문에 충분한 Market Value를 갖는듯한 느낌이다.

핸드폰을 중심으로 설명했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역 발상 혹은 거스름에는 단계가 있다는 것이다. 목적과 결과에 따라 그 단계를 차곡차곡 거쳐서 만들어 진 것에 반해, 돈을 목적으로 한 발명 혹은 기술일수록, 이 보급 효과는 투자비용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느낌이다. 아날로그는 이런 기술을 막 자라는 의미보다는 그 목적을 좀더 공고히 할 수 있었으면 하자는 방식의 "아날로그 하자"이길 바란다.

이런 방식의 고민은 우리가 Season1.에서 했던 다른 방식에 적용해 보아도, 맞아 떨어지는 느낌이다. 우리가 마음이 편하고, 혹은 즐겁게 나눌 수 있었던 점은 가장 근본적인 목적을 찾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비판 없이 사용하는 지금과는 분명히 다르다는 것을 인지 했으니깐, 우리의 활동들은 더 높이 지향해야 할 목표도 거의 없었으므로, 이런 부분에서 충분한 의미를 갖게 되는 것 같다.

이런 논리에 오류가 있는 점들은 많이 지적 바랍니다.


댓글 4개:

  1. 아날로그 적인 것의 이야기를 통한 탐구입니다. 사진,영화,음식, 옷, 집, 우리가 인간성을 회복하고 알아가야 할 것들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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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이 장을 차근차근 읽어 보았습니다. 처음에 한번 흩어보았을때 보다는 차근이 읽으니 이해는 되더군요.

    전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차이점에 대한 개념을 물질적인것과 세계관으로 이해하고 있었지만 '아날로그 하다'라는 차원은 생각을 못해봤던 것 같습니다.



    금고에 들어 있는 돈을 가져가는 방법.

    아날로그: 열쇠를 이용하거나 금고를 부셔서 가져가야 한다. 물질계에 영향을 무조껀 받는 경우. 돈이 만져진다.

    디지털: 금고에 돈이 없는지도 모르지만 금고를 부시지 않고 그 안에 돈을 가져올수 있다. 고유의 키가 없어도 된다. 돈이 만져지지 않지만 돈은 있다.



    가장 쉽게 구분되는 것은 만져지느냐이겠지요? 전 이리 이해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좋은 연구로 다른 차원의 아날로그를 해보여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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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hairyMES - 2008/01/20 02:17
    물질적인 것과 세계관으로 이해될 수 있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차이에 대한 개념을 정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예도 참 재밌네요. 물질적로 만져지나 만져지지 않느냐의 차이는 두가지의 구분에 핵심적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만일 디지털 개발의 방향이 만져지지 않는 형태의 기술에서 만져지는 디지털의 형태로 바껴진다면, 다시 아날로그를 수용해야할 시기가 올 수도 있지 않을까요?



    저희는 이곳, 한국이란 공간속에서 의문을 던지길 시작하고, 삶으로 부터, 기계공학으로 부터, IT로 부터 다양한 갈래의 흐름들을 현재는 종합하고, 정리하는 중입니다. 관심 갖고 좋은 피드백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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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국산 디카 아날로그 디자인의 예술을 입었다! http://blog.empas.com/peaceofmind/25792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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