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3일 월요일

09-07-24 물게임과 고민의 중요성

요리 프로그램 일정이 스케줄 때문에 8월로 한참 밀렸다. 프로그램을 전환 한다면 인터뷰게임을 해야하는 부분이지만, 인터뷰게임과 나를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사전적 어려움이 크게 문제가 되어서 뒤로 밀리고 있었다. 대부분의 기획팀은 자신의 어릴적 사진을 가져오거나, 나중에 받은 평가 지표들을 가지고 다시 집에가서 해오는 부분들에 대해서 고개를 젓고 있었다

 

어떻게 생각하면 현장이 아닌 밖에서 진행되는 인터뷰게임을 당일에 바로 진행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고, 프로그램이 텅 비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보통 회의에 활력을 넣어주거나, 끝맺음을 잘하는 양다가 없었던 상황이었으므로, 아이디어가 나오는 것도 혹은 그렇다고 막상 결론을 내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예를들어, 이번주는 프로그램을 뭘해야 하지? 프로그램 일정이 잡혀져 있지 않는데라는 고민은 멘토와 기획팀이라면 기본적으로 해야한다. 하지만 어느 시점엔가 누가 준비하겠지? 라고 생각하는 부분에서 부터, 이것은 무임승차 비슷한 과정으로 넘어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리고 벌칙으로 인터뷰게임을 넣자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더라면 이 프로그램은 정말 그냥 능구렁이처럼 넘어가고 싶었던 기획팀의 메너리즘의 끝을 보는 것이었을 것이다. 10대 기획팀으로 매우 어려운 과정을 넘어가고 있지만, 어려운 이 과정을 겪고 나면 어떤 프로그램 기획이든 두렵지 않고, 진심으로 머리를 굴릴 수 있으며, 자신의 문제처럼 이해하며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그날은 이런저런 생각없이 모두들 넘어가려는 것 같았다.

 

결국은 얘너마블 우천시에 대비해 짜놨던 물게임을 집어 넣기로 했다. 물게임은 사실 모양새는 술자리에서 하는 게임과 별반 다를 것이 없지만, 맨정신으로도 언제든 놀이와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다는 생각에서 였다. 그리고 내 우김 대로 인터뷰 게임을 넣었고, 기획팀은 어떻게든 열심히 해서, 참가자들이 자신의 주변을 인터뷰할 수 있는 인터뷰 게임의 대상자로 3명을 잡아야만 했다. 결국 이런 목적이 나로 하여금 마피아를 극복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줄 것이라는 생각은 못했다.

 

프로그램이 시작되고 아이들은 게임을 못해서 걸리는 벌칙으로 물을 먹는 것에 고집있게 꿀꺽꿀꺽 잘도 마셨다. 고집이 있고,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한 책임이 강한 아이들이라, 벌칙 수행도 잘 받고 덤덤히 받아드리는 것도 컸다. 특히 게임을 하면서 기획팀 보다는 참가자들 중심으로 게임의 스토리들이 이어지고 있어서, 매우 즐거운 시간이었다. 누가 웃겨줘서 웃는게 아니라, 그냥 옆에 앉아있는 친구때문에 웃음이 뻥뻥터지는 모습은 그 공간에 이야기가 만들어 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사랑해 게임에서 웃음을 참지 못하던 개똥이와 승희 모습들은 누구에게나 잊지 못하는 이야기로 남을 것이다. 그리고 물을 좋아해서 부끄러워하며 벌컥벌컥 마시던 민지의 모습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이 한 잘못을 돌리기 위해서 이리 빼고, 저리 빼고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한다. 그것에 비하면 우직하고, 자기가 잘못한 것에 대해서 어린 나이에 책임감이 강해 보인다. 삶의 연속들은 매우 우연적인 것인것에 반해, 자신에게 펼쳐지는 삶에 대해 책임감이 강하다. 그래서 리더가 많고, 주변에 사람들도 참 많다.)

 

프로그램이 끝마칠때까지 그 안에 다양한 참가자들의 이야기와 웃음들이 나타나서 매우 좋았다. 대부분 친구들과 나를 포함해서 정말 즐겁게 웃으면서 놀때는 그래도 친구들과 아는 사람들과 술한잔 하거나 다른 것을 하면서 놀때이다. 매우 일상적인것, 학교에서의 웃음은 잊어버린지 너무 오래된 것 같다. 학교는 공부를 해야하는 곳, 대학교는 취직을 준비해야하는 곳, 일하는 곳은 돈을 벌어서 집안 식구들을 먹여살려야 하는 곳이라는 목적들이 모두의 머릿속을 지배하면서 너무나 삭막해지고 숨쉬기 어려워졌다. 그냥 웃으며 즐길 수 있는 기회가 없어졌기 때문에 이런 시공간적 프로그램이 의미가 있다. 대안적이지 않고, 고민이 별로 없었으며, 어떤 어른이 본다면 욕할만한 프로그램이었지만 영상속에 나오는 아이들의 웃음은 절대 부정하지 못할거다.

 

인터뷰게임이 어떻게 진행될지 조금 걱정이다. 얘너나 프로그램답게 문제는 뻥뻥터진다. 조금 더 거친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즐거움도 많지만 그만큼 사건 사고도 참 많다. 10대에게 그런 사건 사고는 보호막 없이 대부분 다가오고, 직접 맞으면서 똑같이 반대로 펀치를 날리기전에 스스로 날아가 떨어진다. 아직 그것을 버텨낼만한 힘을 기르는 시기니깐,,,

 

이 녀석들에게 사실 그런것을 버텨낼만한 보호막이 더 많았으면, 좀 더 있었으면, 하는데,, 사실 따지고 보면 별로 없는게 사실이라 뭐 크게 우울해지지도 않는다. 더 나아질게 없는 이상, 더 나빠질 것도 없으니깐, 크게 희망하지 않는다. 그냥 즐겁고, 그 다음 자서전을 쓸때, 2009년에 얘너나 프로그램을 했었다는 기억을 갖고 살았으면 할 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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