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월 11일 금요일

[Analog] 아날로그인가? 디지털이다 [책읽기 미션]

디지털이다.

 

디지털 세상임을 누구보다도 자명하는 듯한 제목의 네그로폰테 교수의 책을 가벼이 아날로그의 반대되는 디지털로 이해하면 가장 큰 함정에 빠진다. 왜냐면 그는 이론가이기 전에 행동적 연구가이며, 자신이 겪어온 디지털 문명의 변화 양상을 가장 아날로그적으로 풀어 내려고 했다. 그는 한국판 서문과 자신의 서문에서 그런 점들을 엿볼 수 있다. 교육철학에 대한 확고함[1]과 앞 세대를 배려하기 위해 책을 썼고, 자신의 글을 읽어주는 독자를 고려했으며, 더 많은 상상의 여지를 남기기 위해 책이라는 개체를 신중하게 선택했다.

 

 그는 디지털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 놓지만 사실 그 디지털 세상의 방향성에 대해서 자세히 살펴보면, 그것은 기계적이거나 논리적인 방향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것은 어쩌면 우리가 찾고자 했던 아날로그적 세계관과의 접점을 다시 설명하는 것이다. 즉 단순히 디지털이다이라고 천명하지만 그의 말속에는 우리가 찾고자 하는 아날로그적 모습들과 디지털적인 모습을 모두 보여주고 있다. 두 가지 방향을 나누어 책을 다시 읽어본다.

 


 

국내 IT업계 혹은 개발의 우두머리를 자처하는 정부가 가장 착각하고 있는 것 중에 하나는 빠른 회선 망의 구축이다. 하지만 그가 이야기하듯, 획기적인 압축방식을 개발하는 것은 현재의 회선 망으로도 효율성을 높이는 기회일지 모른다. 모두들 더 넓은 도로와 더 많은 사람들이 놀 수 있는 광장을 만드는 것은 어쩌면 개별화된 디지털을 잘 못 이해하고 있는 것일 수 있다. 좀 더 압축되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개발이 더욱 빛을 발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두 번 째는 아톰과 비트로 자명하게 구분되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인데, 이를 확장해 아날로그의 방식에서 나오는 사고관 자체를 비판한다. 디지털의 탄력성과 많은 정보를 비트의 흐름에 넣어 전달할 수 있음을 자명하게 보여준다.

 

상호 교차되는 소유권과 미디어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만, 이것은 우리가 Creative Commons 나 오마이 뉴스 같은 형태의 미디어를 보면 이미 현실화된 이야기다. CC의 방식이나 Copyleft를 바탕으로 하는  새로운 경제학 패러다임이 나오기 시작하고, 오마이 뉴스의 오연호 대표가 전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는 것은 이와 같은 흐름상에서이다.

 

그가 이야기하는 인터페이스는 이미 구현되어 나타나고 있다. 특히나 인터페이스 부분에서 인간은 아날로그라는 구세대적 가치에 편함을 느낀다고 여긴다면, 원래 익숙한 방식의 인터페이스에 적응하기 쉬워지는 것이다. 즉 인터페이스는 특히나 아날로그의 적용이 필요한 부분이다.

 

 

그는 15년 전쯤에 활발히 변화하던 순간을 포착하고, 미래를 읽으려고 노력했다. 이미 그가 예견한 부분은 대부분이 그가 예견한 방향대로 진행되어 간다는 부분에서 비판할 부분을 많이 찾기 어려울 수 있다. 정보를 독점했던 MS와 그것을 판단할 수 없었던 컴퓨터 사용자들은 대부분 시간이 흐름에 따라 창조적 공간을 컴퓨터와 인터넷을 통해 만들어갔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공유, 열림, Open Source, 창조적 공유재 같은 대상들이 주목을 받기 시작한다. Linux Google같은 회사들이 현재 이 시기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사례들이다.




 

하지만 아날로그식이라는 사고관을 이야기 함에 있어서 그는 괴리적인 판단을 하고 있는 듯하다. 아날로그식의 아톰은 지극히 비트를 따라올 것이 못된 다는 것과 아날로그 식의 사고는 융통성이 없다는 것을 지적한다. 반대로 인터페이스와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는 이어령 선생님이 보여준 디지로그와 비슷한 사고를 보여주는데, 이는 어쩌면 좀더 아날로그 방식 그 이전의 기계의 손때가 닫지 않은 인간성에 대한 방향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찾고 싶은 것 또한 아날로그 방식의 라디오가 아닌 아날로그 방식의 라디오를 사용할 때의 느끼던 인간적 감수성이기 때문이다. 만약 네그로폰테 교수가 이야기하는 방향이 이런 인간적 감수성을 계속 상실하게끔 하는 삶을 의도적, 비의도적으로 연출한다면, 그는 세기의 예언자에서 새로운 세기의 망언자가 될 수 있다. 우리는 사실 비의도적으로 생겨날 수 있는 무엇인가를 항상 고찰하면서 준비를 해야 한다.

 

우리가 앞으로 공부할 방향으로 잡고 있는 오감에 대한 탐구, 의식주에 대한 정리를 하게 될텐데, 그의 책 중에서 가장 빈약한 부분이기도 하다. 이 것을 바탕으로 그의 책의 아날로그적 감수성을 가진 디지털 이야기를 우리가 더 채워 넣을 수 있다. 행동을 촉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 그는 디지털만을 이야기하지 않으며, 디지털의 방향성은 결국 아날로그를 역으로 거슬러 그 이전의 인간성에 대한 회복을 목적으로 하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그의 책을 읽으면서, 옆에는 항상 아이팟 터치를 함께 들고 책을 읽었다. 그가 얘기하는 과거의 이야기들은 지금 현실이 되었으며, 그것의 결정체 중에 하나가 아이팟 터치라고 생각했다. 많은 사람들의 협업과 공동체적 지성이 없다면, 이런 삶을 바꿔줄 수 있는 제품은 나오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가장 글로컬적인 사고, 마케팅의 시작일지 모른다.



[1] 한국어판 서문에서 한국의 교육 분야는 극히 위험한 길을 걷고 있다고 비판함.

댓글 4개:

  1. trackback from: 네그로 폰테 [디지털이다] 쪽글 쓰기
    원래는 수요일까지 쓰고, 금요일까지 서로 읽어보기로 했는데, 자율적인 학습은 역시나 어렵지??ㅋㅋ 자신의 블로그에 다가 글을 쓰고 이 글에 트랙백과 답글을 다는 방식으로 글을 정리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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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이 책 한번 읽어 봐야겠어여..^^

    참 공감가는 부분이 많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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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코오나 - 2008/01/11 02:30
    한국판 서문에는 1995년 8월이라고 찍혀 있고, 이미 현실화 되어 있는것이 많답니다. 하지만 그가 얘기하는 추세를 살펴보면 지금 미래를 살펴보는데도 많은 도움이 되죠답글 감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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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trackback from: 디지털이다와 관련된 소고.
    오늘날 미국 경제학의 ‘중심’으로 불리는 시카고 학파가 개척한 영역이 있다. 바로 ‘법경제학’이라는 학문이다. 이 분야의 학자들은 법률이나 제도 뿐만 아니라 공동체와 사회 내의 여러 행위들을 경제학적으로 통찰해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제도가 갖는 ‘당위’의 명제 내지는 ‘정의실현’을 주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러한 행위 명제나 조치들이 사회에서 어떻게 실질적 효익을 발휘하는지 치밀하게 계산해보는 것도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렇다면 ‘법경제’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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