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월 2일 수요일

여성으로서 겪는 한국의 일상적 파시즘


 
여성이 우리나라에서 겪게 되는 일상적 파시즘의 모습은 잡지 속 한 장면의 광고처럼 단편적이지 않다. 어렸을 때부터 자시의 가치관을 결정하는 20대까지, 발달하는 가족과 사회와 경험집단의 환경에 영향을 받으며 자신의 여성관을 결정한다. 그 여성은 우리 주변의 친구, 여동생, 누나들일 수도 있다. 그런 가정을 기본으로 P라는 짧은 이야기를 만들어 보자.



  P
는 대학에 오자마자, , , 동아리 집단들이 남성 중심의 패러다임으로 돌아가는 것을 느꼈다. 친구들은 문대라서 다른 곳 보다 더 열려 있고, 다 이해해 주겠다는데 왜 친해지려 하지 않느냐고 반문하지만 그 집단에 소속되길 거부한다. 대신 수업에서 만난 한 남성과 연애를 하게 되는데, 그를 좋아하긴 하지만, 그 남자의 익숙한 방식으로 연애하길 싫어한다. 남자친구는 이런 P가 답답하기만 하며, 좋아하는데 연애의 방식을 고민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남자친구는 좋아하면 정해진 연애의 방법이 있다고 항상 이야기한다. P는 한편으로 학교에 팽배해 있는 남성 우월주의를 해결해보고자 여성주의 운동에 뛰어들게 된다. P의 친구인 Q는 여성주의 운동을 하는 P를 답답해하고, 드센 여자친구로 생각한다. 남성 중심의 사회란 것은 Q또한 인식하고 있지만, 요리저리 피하며 현재 스튜어디스의 꿈을 이루고 있다. 자신의 꿈을 이루면 되지, 여성주의운동 같은 드세고, 남성에게 폭력적으로 비춰지는 일을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행복한 삶을 꿈꿀 뿐이다. 2006 Q는 다양한 입사조건을 채운 후에 스튜어디스만큼 대우와 연봉을 준다던 철도 승무원에 지원했다. 그녀는 곧 KTX 승무원이 되었고, 부당한 대우와 조처에 대해 거부하기 시작했으며, 광화문에서 시위하는 자신의 모습을 지나가는 사람들 또한 ‘그냥 조용히 살아야지’하는 시선으로 쳐다보며 혀를 차고 있다.



   P는 과, , 동아리 활동을 시작하게 되면서 거대한 집단의 의식과 부딪힌다. 집단 속에서 관계를 맺으면서, 그 집단이 소유하고 있는 공간을 쓰기 위해서는 밤새 술을 잘 먹는, 오래 밤새서 놀 수 있는, 기분이 나빠도 집단의 사람들을 만나면 웃으며 인사하는 자세를 P에게 요구한다. P가 어떤 이유와 차별을 느껴서, 그 공간을 멀리하느냐는 중요하지 않으며, , , 동아리의 유지와 역사성을 쌓아가는 일이 가장 최우선이다. P가 그 공간에 나오지 않는 사실은 다수의 사람에게 불편한 사실이 되어버리고, 집단에서 스스로 나간, 낙인찍힌 존재로 생각할 뿐이다. P의 느낌과 생각은 이야기 할 자리도 없어졌고, P의 불편한 진실은 집단의 불편한 시선으로 바뀐다.




  P
의 남자친구는 남성이 여성을 돌봐주는 연애구도를 강요한다. 여자이기 때문에, 약한 존재이기 때문에 남성은 여성을 챙겨줘야 하며, 그런 챙김을 받아들이지 않는 P를 보면 답답할 뿐이다. 친구들의 얘기를 듣고, 이런 방식 저런 방식으로 P를 사랑해 주고 싶어 하지만,그가 남성으로서 P의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매우 일상화 되어 있는 연애방식에 관한 파시즘이다. 연애에 있어서, 나이 많은 사람이 나이 적은 사람을 더 챙기고, 선물해줘야 하며, 동성 간의 연애는 징그러운 것이 되며, 연애를 하지 않으면 불쌍한 것이라고 느끼는 것은 일상의 폭력이다. 이 폭력 자체가 비뚤어진 생각으로부터 만들어진 집단 사고라는 사실을 간과하며 다양한 매체의 사례들을 보며 웃으며, 잘못됐다고 인식하면서도, 대중들은 계속해서 이런 연애 방식이 익숙하고, 편하다고 생각하는 거대한 일상적 파시즘을 생산해 낸다.




  P
Q라는 대상을 통해서, 다시 한 번 같은 여성으로서의 일상속의 폭력을 경험한다. P Q와 같은 여성들이 겪을 수 있는 일상적 폭력과 그것 자체를 느끼지 못하는 일상적 파시즘을 비판하는데도, Q는 그것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드센 여자애’, ‘이상적인 행동주의 자’ 정도로 결론을 내려버린다. 이런 많은 Q들의 여성 자신에 대한 시선이 모여, 여성을 여성들이 이해하지 못하고, 소외집단으로 만들어 버리는 기현상을 만들어 낸다. Q는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사회적 권력을 높이고자 하는 집단에 대해 파시즘적으로 몰아 새운다. 여성이 여성주의 운동을 깔보는 시선 자체가 매우 일상화 되어 감각조차 없음을 금새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남성 중심적인 사회에 대한 빠른 적응이, 소위 우수한 인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대체 되어 Q P를 바라보는 시선 속에 나타난다.




 
마지막으로 Q는 시위를 하는 과정에서 뼈저리게 P를 그리워할지 모른다. 어쩌면 비슷한 일상적 폭력의 구도를 취업 하고 나서야 느꼈기 때문이다. 시위를 하고 있는 Q모습을 빨갱이, 혹은 사회구조를 뒤집으려는 철없는 시위집단 정도로 사람들은 생각하며 지나가는 모습은 사회운동과 여성문제에 대해 좀 더 크게 형성된 일상적 폭력이다. 굳이 얘기할 필요도 느끼지 못하며, ‘이 나라에서 얘기해서 뭐하냐?’는 방식의 사고는 열심히 시위를 하고 있는 Q라는 여성의 권리를 다시 한 번 죽이게 된다.




 
여성을 통해 생겨날 수 있는 일상적 파시즘의 모습은 일상적 폭력 현장과 연결되어 구분하기 힘든 상황을 연출한다. 무엇이 일상적 폭력이며, 무엇이 일상적 파시즘인지 그 경계 또한 확인하기 힘들다. 하지만 분명히, 폭력적인 경험과 그것 자체를 느끼지 못하는 남성, 여성, 사회구성원의 행동과 시선, 말투는 일상적 파시즘을 계속해서 생성하며, 전파해나간다. 그리고 그 일상적 파시즘의 연결고리는 그네들의 성장기와 아주 잘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분명 쉽게 해결되기 어려워 보인다. 여성에 대한 일상적 파시즘의 만연은 앞으로 나의 동생, 누나, 후배, 선배, 엄마, 배우자에게 또한 적용된다는 사실을 가정해 본다면, 우리는 의식하지 못한 채 일상적 파시스트가 되어가는 무의식적 사고는 피해야 한다.

 


댓글 1개:

  1. trackback from: 가정폭력을 멈춰주세요! STOP Domestic Violence!
    가정폭력을 멈춰주세요! STOP Domestic Violence! "헝가리에는 백 만명이 넘는 여성들이 공포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 동영상 출처 :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http://www.amnesty.or.kr/index.htm 위 영상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현실속의 가정폭력은 여성을 쉽게 치유되지 못하는 공포 속으로 몰아갑니다. 한국사회도 예외는 아닙니다. 아이, 여성, 노인 등 신체적.사회적 약자에 대한 가정폭력(구타, 폭언 등)은 끊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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