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 5일 월요일

09-08-07 요리프로그램


  이번 요리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위해서 사전에 하자센터 요리스튜디오를 대관하기 위해 이런저런 어려움이 많았다. 기본적으로 하자센터는 서울시 안의 청소년들을 지원하는 사업에 대해서는 하얀색으로 깔끔하게 정리된 부엌을 빌려줄 수 있다고 했다. 얘너나 사업에 대해 자세하게 들었던 달리네는 적극적으로 2시간짜리 프로그램이 진행될 수 있도록 적극 도와주셨다. 하지만 프로그램의 기획적인 측면에서 적극적으로 도와주신 요리팀에 적절한 거절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프로그램 후에 들었다. 우리는 요리 오가니제이션의 협조를 받으면서 기획의도를 조금씩 놓쳐갔기 때문이다.


요리 오가니제이션과의 중간 협조와 와해된 기획팀 회의


  프로그램이 있던 주에 8.4일에서 8.5일에 춘천에 가야 하는 일이 생겼다. 나는 사실 춘천에 저녁에 가야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곳도 사실 생판 모르는 사람이 많은 곳인데, 늦게가서 어설프게 있던지 안 가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필통 홍보의 업무도 있었고, 한동안 열심히 회의에 나왔다는 핑계로 기획팀에게 요리 오가니제이션 산티와의 회의를 미루고 춘천으로 출발했다. 출발을 하고 나서 양다에게 들은 회의 참가자는 양다와 유진이었다. 이미 춘천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고, 미안함에 손발이 오그라들었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했다. 양다는 프로그램을 전후해서 10일정도 자리를 비웠었고, 조금은 풀렸던 마음을 조이겠거니 했고, 유진이는 언제나 그랬듯이 양다를 잘 도와주고 피드백 해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양다에게서 받은 전화를 들어보니 불안해 보였다. 필요한 것들 논의된 것들을 보내고 있었지만 뭔가 불확실하게도 느껴졌고, 내가 맡아야할 부분들을 찾아서 준비를 시작했지만 막연한 불안감은 들고 있었다. 안 그래도 몇주동안 계속되었던 참가자 비율 문제와 함께, 사실 진행에 있어서도 큰 어려움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카메라를 들이댄다는 것의 의미


  밤비를 서둘러 전화로 깨우고, 롯데백화점에서 샨티가 주문한 오코노미야끼 재료들을 사야했다. 일부는 그냥 마트에서 사면 되는 것이지만, 일부는 백화점 일본 식재료 전문 코너에만 있는 것이었다. 뭔가 구하기 어렵다는 생각은 했지만, 파래가루까지 없다고 했을 때, 프로그램전에 이 재료들을 다 구할 수 있을까?란 생각이 먼저 들었다. 사실 밤비네 집은 롯데 마트와 가까운 곳인데 분명히 롯데 백화점까지 오기는 힘들꺼란 생각에 필요한 재료를 신촌 현대 백화점에서 모두 사가야겠다는 계산이었다. 파래가루를 제외한 나머지는 다행히 모두 샀고, 롯데 백화점으로 출발했다. 택시 안에서 그 생각이 들었다. 나도 가끔 다른 나라 요리 할 때 가는 그런 코너에서 사야하는 중요한 재료가 있는데, 이 요리는 아이들의 일상을 자극한다는 원래의 요리 프로그램 의도와는 어울리나 싶었다. 오꼬노미야끼는 나에게도 생소한 요리였고, 그 요리를 만드는 법을 전문 요리사의 도움을 받아 만들어 본다는 의도는 느껴졌지만, 얘너나 프로그램인가? 싶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리프로그램을 하면서 좀 더 색다른 그림을 만들어 줄 수 있었던 부분은 롯데마트에서의 장보기였다. 지하철에서 만난 참가자들은 우루루 롯데 마트로 갔고, 이삭의 일주일간의 노력과 연락으로, 롯데마트의 촬영협조를 얻어냈다. 사실 나중에 영상까지 생각해서 롯데 마트의 공식적인 촬영 협조를 요청한 것이었고, 멋지게 이삭이 성공했다. 이삭이는 나중에 부탁드린 분께 꼭 머리숙여 인사하길 바란다. 롯데마트에 들어가자마자 영상 카메라 3대와 촬영 카메라 2대와 함께 들어간 아이들은 조금 신나고, 활발하게 자기 모습들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승희는 들어가자마자 입구에 펼쳐진 텐트에 앉아서 사진을 찍었고, 나머지는 카트에 올라타고 있었다. 분명히 입구에 들어서면서부터 우리 무리는 주목받기 시작했고, 아이들은 그런 신선한 자극을 분명 즐기고 있었다.


  아주 어린아이들의 이야기긴 하지만 “우리아이가 이렇게 달라졌어요”란 프로에서 기본적으로 찡찡거리고 땡깡 피우는 아이의 사례를 보면 볼수록 1차적 지지와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경우가 많다. 누군가에게 주목받아야 하고, 누군가의 관심을 끌기위해서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더 큰 몸짓과 더 큰 소리를 낸다. 얘너나 참가자가 모두 그렇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이미 마트에서 친구들끼리 땡깡을 부려본 경험이 자연스럽게 우러나왔고, 그런 활기찬 모습들은 그냥 놀이터에서 친구들끼리 좆뺑이까는 것과 비슷한 모습이었다.


  지하에 내려가서 제대로 두 조로 나뉘어서 장보기 미션이 시작되면서 아이들은 다시 다른 자극들과 마주치고 있었다. 카메라에 찍히는 자신들을 지켜보는 일반적인 사람들의 시선을 눈치채고 있었다. 주변 사람들은 카메라가 돌아가면서, 이 아이들이 뭐하는 아이들인지 연예인은 아닌지에 대해 궁금해 하는 눈치였다. 유진이와 재원이가 적극적으로 장을 보기 시작했다. 쇼핑 리스트에 있는 것들을 사는 것은 매우 수동적이었고, 자신들이 무엇을 넣을지에 대해서도 크게 관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일반적인 사람들 앞에서 카메라의 세례를 받고 있었고, 애들은 조금은 우쭐 하면서 매우 의미있는 활동들을 하고 있다는 눈치들이었다. 이런 모습은 기본적으로 외부 할동을 할 때, 진주가 뛰어가면서 대상자를 열심히 찍고 있으면 참가자들이 흠칫흠칫 지나가는 사람의 눈치를 볼 때가 있었다. 시영이가 POM을 하러갈 때, 영아와 택시를 타고 가면서 인터뷰를 할 때도 그랬다. 자신이 누군가에게 있어서 매우 주목받고, 의미있는 사람이 된다는 경험은 이들에게 가장 먼저 필요한 부분일지도 모른다.


수술대위에 오른 기획팀


  수술대 위에 올라가서 혼자서 맹장을 잘라내는 느낌이었다. 다리가 크게 다쳐서 작은 수술을 할 때도 아프다고 엉엉 울었던 나였는데, 그 수술을 직접 해야 한다면 그 고통은 얼마나 될까? 기획팀 중에 도비를 잘랐다. 그날 회의에 못나간 이유는 사실 도비는 근무중이었다는 사실밖에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앞뒤 자르고 그 주만 생각하면 도비는 어이없이 잘린 것 같이 보일 수 있었다. 그리고 사실 얘너나 기획팀은 자발적인 그룹인데다가, 그래도 처음으로 도와줄 수 있는 기획팀을 모집해서 진행한 첫 번째 기획팀인데 무슨 회사도 아니고 도비를 잘라내는 상황 자체는 매우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9주차가 넘어가고 능력이 펄쩍펄쩍 뛰지 않는 기획팀이 힘을 모아서 프로그램을 기획하는데는 에너지와 시간이 많이 든다. 자신만의 욕구와 가치를 찾아서 하는 이 그룹에 누군가의 에너지를 뺏어가거나 힘들게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었다. 그건 어쩌면 남은 프로그램도 제대로 진행 못 하고 끝나버릴 위험까지 갖고 있는 것이었다. 도비에게 그런 이유로 다음회의 부터는 안 나왔으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했고, 도비는 다시 한 번 기회를 달라고 했다. 하지만 몇 주전 도비에게는 정말 다시 돌아와서 예전의 성실함을 되찾길 바라며 선의의 경고를 했고 기여를 위해 업무도 새로 정해주고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획팀에게 지속적인 짐이 된다는 것은 안 된다. 그날 집에가서 소주를 엄청 먹은 것 같다. 다음날 회의도 없어서 계속 먹었다. 집에가서도 계속 술을 먹는데, 도비를 기획팀에서 제외한 것이 미안한 것 보다는 하나의 가치와 기획팀을 지속하기 위해서 이런 판단을 내리며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그냥 너 안 볼꺼야 이런게 편하다. 하지만 그것보다 이렇게 그룹을 움직여야 하는 것은 너무나 어렵다. 그래서 사실 초기에 이런 방식을 절대 쓰지 않는데, 지금의 얘너나 기획팀에게는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마취제가 없는 수술을 할때는 알콜을 마신다. 알콜을 마시면서 내 살에 칼을 들이대면 아픔은 좀 덜해진다. 내 몸의 일부분 혹은 마음속 어딘가는 도려졌고, 그 아픔을 참기위해 그냥 소주를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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