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7월 20일 월요일

얘너나 에세이 09-6-26

Photograph Old Memory

얘너나 프로그램을 하면서 만났던 가장 즐거운 프로그램중의 하나가 POM이다.
누군가의 사소한 기억을 들여다 본다는 것은 그 기억이 의미가 있든 없든 매우 재미있기 마련이다.
나는 나의 기억의 연출자가 되고, 그리고 그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서 연기자를 등장시킨다. 그 연기자는 나 자신일 수도 있고, 혹은 다른 사람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장면을 연출해서 사진으로 남기고, 그 연출된 사진을 이용해서 내 기억을 다시 누군가에게 말해준다.

연출된 장면은 내 기억에서 가져오기만 하면 된다. 어떤 공간에 한정된 기억일 수 있고, 혹은 어떤 대상과 관련된 기억으로 한정시킬 수 있다. 하지만 모두들 하나씩 기억을 갖고 있는 기억들은 너무 많고, 자서전을 쓰는 이유는 여기서 연결된다. 우리는 기억하기 싫은 기억들은 머릿속에서 빨리 잊기 위해 무진장 애를 쓴다. 툴툴 털어버리고, 지나가려고 애쓰는 어릴적 마음은 그런 기억들을 구체적으로 머릿속에 남기지 않는다. 자서전을 쓰든 POM을 하든 우리는 그런 기억들의 조각들을 끄집어 내서 사진으로든 글로든 정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

지나간 과거에 대해서 정리하지 않으면, 결국은 나중에 새롭게 다가오는 미래에도 결국 영향을 받게된다. 과거를 정리하지 못하거나, 내 흔적들을 이해하지 못하면 앞으로 다가오는 미래에 대해서도 예측하지 못하고, 나를 스트레스 받게 만드는 일들이 다시금 일어난다.

내 삶의 한쪽편에는 가족 이야기를 하고, 형제자매 이야기를 많이 하고, 집과 학교를 자랑스러워 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아마 그들의 POM에는 가족들의 사진으로 가득차 있을 것이다. 내 삶의 다른 편에는 가족이야기는 하고 싶어하지 않고, 학교이야기는 대부분이 무릎꿇고, 혼나고, 담장을 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POM에 가족이야기는 없으며, 가족들조차 잘 등장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1차적 의지의 집단은 아마도 친구들이 아닐까?



이때까지 나는 조원들 공간이 아닌 다른 테이블에 앉아있었다. 조의 멘토들이 자신들의 영역에서 잘 해내길 바랬다. 오히려 애들을 격려하고, 아이들의 기억을 잘 짚어낼 수 있도록 도와주길 바랬다. 얘너나  프로그램에서 멘토의 영역을 어줍잖게 침범하거나 프로그램에 어설프게 합류하는 것은 프로그램 참가자들에게 매우 이상한 느낌을 주게 된다. 경계가 심한 아이들은 누구 하나에게도 어설픈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한다. 누구보다도 자신감이 있고, 지기 싫어하기 때문이다.

이날 이후로 나는 밖에서 맴돌다가, 결국 멘토의 자리로 돌아와야 했고, 전체 사회자로서 멘토가 채워주지 못하는 부분들을 채워주고 싶었는데, 그 부분이 어긋난지도 모르겠다. 두번째 프로그램에 들어가면서 부터 매너리즘에 빠졌는지도 모르겠다. 거리를 두고 얘너나 기획팀이 성장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은 어쩌면 나이가 어린 기획팀에게 많은 것들을 요구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들은 하나하나 매우 능력있고, 자신감에 차 있지만, 무엇을 잘 하는 것과 여럿이서 완성된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언제나 쉽지 않다. 20대 후반도 안된 나이에 멘토 역할을 한다는 것은 더욱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성장해주고 있는 기획팀이 멋지다. 그런 나이에 나는 대부분 골방에 드러앉아서 이상적인 꿈만 꾸곤했다. 어설프게 운동권을 따라다닌다거나, 혹은 어설프게 돈을 벌기위해 발악했었고, 제대로 한가지도 이루지 못한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불안정한 내 삶의 영향도 많았겠지만, 이런 도전을 위해 뛰어들지 않고 돌아오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이런 도전을 하지 않았던데는 내 주변의 친구들의 영향도 있다. 20대 후반으로 접어든 우리 세대들은 언제든 히키코모리, 프리타로 변신할 능력을 갖추고 있고, 언제든 혼자 골방에 갖혀 있다가 밖으로 나와 친한척 친구를 사귈 수도 있다. 그 당시 주변에는 이런 가치들을 공유할 또래들은 너무나 없었고, 나 혼자 소리치는 것 같았다. 왕따 같았다.

지금의 10대들은 내 또래들 보다 적극적이고, 움직일 줄 안다. 많은 사회학자들이 촛불 세대, 2.0세대라고 이야기하는 움직이는 10대들이 바로 그들이다. 귀찮기 때문에 안하는 것도 알고 왜 움직여야 하는지도 몸으로 배운 10대들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힘들지만 희망은 있다.

얘너나는 사실 기획물이고, 가치를 띄고 있다. 이런 가치에 돈한푼 안받으면서 촬영을 해주는 영상, 사진 기획팀과 스탭들, 그리고 이 저작물들에 관심을 가지는 어른들을 보면 이 가치가 참 나쁘지 않다는 것을 다시 느끼게 한다. 내부로 부터 자신감도 있지만 외부로 부터의 관심또한 힘이 나게 한다. 이런 에너지들이 이 그룹을 움직이게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머니 보다는 삶의 에너지를 받는 기획물을 참 멋지다. 세계평화를 위한 것도 아니고, 국제 기아를 위한 기획물도 아니지만 따뜻하면서도 거칠고 힘나게 하는 기획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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