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7월 30일 목요일

09-06-05 처음 만난 날

장소는 위스테리아~

이곳은 사실 유진이를 처음 만난 곳이기도 하다. 첫인상은 사람의 많은 것을 좌우하지만, 또한 많은 것을 뺏아가기도 한다. 첫인상에 우리는 너무나 많은 것들을 판단하고, 결정해버리기 때문이다. 즉 첫 인상 때문에 그 사람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첫인상부터 좋지 않은 그 사람은 5년뒤의 베프일지도 모른다. 유심히 그를 다르게 보려고 애쓰는게 좋지 않을까?유진이를 처음 봤을때도그랬다. 만약 비뚤어진 시선으로 첫인상을 판단했다면, 그냥 그렇게 지금의 내 머릿속 유진이는 아니었을 것이다. 유진이는 피팅모델을 한다는 친구랑 떡하니 홍대입구 4번 출구에 나타났는데, 그 둘은 솔직히 스무살 이상으로 보였다. 22에서 23살에 자신의 얼굴 화장이 익숙해지는 그네들을 보다가 유진이는 외모상으로 그냥 성인이었다. 다행이 친구의 과외 선생님으로 알고 있던 유진이는 글 쓰는 프로젝트라는 말에 무조건 달려나온듯 했다. 분당에서 홍대까지 왔으니 대단한 노력이다.

얘너나 유스나루 참가자들을 처음 만나는 날을 돌이켜 보고 있는데, 유진이가 생각나는 것은 첫 만남에 대한 기대와 두려움은 언제나 스릴있다. 바닷가에서 헌팅을 하는 것 처럼...

유스나루 참가자들이 오기 전에 유스나루 담당자들과 미팅을 가졌다. 그때 처음 오피셜하게 잘 보이는 것은 기관을 상대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강한 추측이 있었다. 실로 묶을 수 있는 파일철에 얘너나 유스나루 프로그램들에 대한 자료를 넣어놓았다. 그리고 넣어 놓을 수 있는 브로셔들, 정보들, 필통 북마크들을 넣었고 참가자들도 좋아하겠거니 했지만, 두분의 관계자를 제외하고는 그 파일철에 관심을 갖던 참가자들도 없었던 듯 싶다.

오피셜한 자리에서 그쪽에서 먼저 꺼낸 것은 위기 스크리닝 설문과 자기 소개
서이다. 두가지 서류를 OT때 받았으면 좋겠다고 그전에 전해왔고, 생각도 없이 예스 했다. 기획팀 회의때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얘기가 나왔고, 나중에 기획팀이 그걸 "노"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큰 실수를 했을 수도 있다. 오피셜한 자리에서 그것을 전달했고, 그 수준을 더욱 줄여서, 그 자리에서 자기 소개서의 절반을 잘라버렸다. 초등학교때 혹은 장학금 신청서를 쓸때 집의 사정들을 적는 것 같은 기분나쁜 자기소개서의 후반부가 있었기 때문이다.내가 두가지 설문을 그날 강요했고, 웃으며 떠넘겼더라면 아마 참가자 모두들 속으로 욕한번씩 했을꺼다
.

그 자리에서 기획팀과 유스나루 담당자, 서부보호관찰소 계장님을 포함해서 모두를 속이는 진행을 했다. 잘라진 절반의 자기소개서에 모두들 쓰게 했다. 심지어 어른 세분도 그 자리에서 아이들과 똑같이 자기 소개서를 써야했다. 몇살이고, 어디에 살고, 어떤  개인정보를 갖고 있는지도... 기획팀도 어리둥절, 어른들도 어리둥절 했지만 그 짧은 시간안에 딱딱한 설문, 개인정보를 받는다는 것이 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많은것들을 강요하는지를 깨달은 듯한 눈빛으로 내 시선을 금새 피해서 열심히 쓰기 시작했다. 특히 그 계장님이 떨떠름하신 표정으로 쓰시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얘너나의 기획은 그런 부분에서 통한다.

" 쓰라고 할꺼면 너도 써봐"

그날은 남자애들보다 구석에 앉아있는 여자애들이 특히 가오를 잡고 있었다. 경계를 풀지 않았고, 이건 뭐냐는 눈빛을 풀지 않았다. 밥을 먹을때까지도 그런 눈빛은 계속되었고, 진행을 맡은 나로서는 그런 분위기를 놓치고 가진 않는다. 여러사람들이 모여있고, 그런 자리에서 한 사람만은 챙겨줄 수 없다. 그런 눈빛은 사실 밖에 나가서 담배를 피고 와서는 모두 사라진 것 같았다. 식후땡은 가장 큰 욕구 분출소이다.

그날부터 사실 모든 것이 딱딱 맞아 떨어졌다. 원하는 사람들이 모두 왔고, 늦게 온 친구는 직접 들려서 파일도 갖고 갔다. 성사중에서 느끼지 못했던 기획의 안정감을 회복했고, 불안함을 떨치고 싶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성사중의 첫 장면과 유스나루의 첫 장면은 너무나도 달랐고, 쓴 약이 건강에 좋다라는 사실을 까마득히 잊어버린채 프로그램을 진행했는지도 모른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